[※ 편집자 주 = 경북 북부 5개 시·군을 초토화한 '경북 산불'은 축구장 6만3천245개, 여의도 156배 면적을 잿더미로 만들었습니다. 불길은 사그라들었지만, 이재민들의 아픔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경북산불 피해 현장을 다시 둘러보고 산불 이재민들의 아픔 등을 다룬 기획기사 3건을 송고합니다.] 산불 상황 설명하는 등운스님 (의성=연합뉴스) 김선형 기자 = 지난 16일 오전 경북 의성군 단촌면 고운사에서 주지 등운 스님이 산림청 관계자에게 지난달 경북 산불이 확산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2025.4.16 sunhyung@yna.co.kr (의성=연합뉴스) 김선형 기자 = "나무에 연둣빛 이파리 피어나는 것 좀 봐요. 우리 삶도 곧 회복할 겁니다."지난 16일 오전, 경북 의성군 단촌면 고운사에서 주지 등운 스님은 폐허 속에서 돋아난 나무 새순을 바라보며 "시간이 지나 자연이 회복하듯 우리 삶도 곧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지난달 25일 이곳 천년 고찰에는 태풍 같은 바람에 올라탄 비화(飛火)가 하늘에서 쏟아지듯이 떨어졌다고 한다.1천도가 넘는 화염에 고운사를 감싸고 돈 등운산 위 나무들은 새까만 숯으로 변했다.등운 스님은 "점곡면에서 단촌면 구계리로 상상도 할 수 없는 불씨가 날라 떨어졌다"며 "방염 작업을 다했는데도 사찰 건축물 25개 동이 불에 탔다"고 말했다.산불에 건축물인 국보 가운루와 연수전은 물론이고 승려들 생활관인 연지암도 소실됐다.이날 기자가 다시 찾은 고운사 입구에는 전라도부터 서울까지 전국 방방곡곡 불자들의 응원 메시지가 담긴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고운사 승려 20명은 현대식 건물인 템플스테이관을 임시 거주지로 사용하고 있었다.신도 박정윤(66·의성읍) 씨는 "전국에 있는 절마다 불자들이 봉사하러 와주고 있다"며 "그나마 이곳에서 다친 사람은 없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고운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6교구 본사다. 복구에 짧게는 수년이 걸리고, 복구 비용에 대략 507억원이 들 것으로 추산됐다. "봄은 왔지만" (의성=연합뉴스) 김선형 기자 = 산불로 폐허가 된 경북 의성군 지난 16일 전경. 2025.4.16 고운사 바로 옆 초토화가 된 구계리 마을에는 임시주택 13채가 마련 중이다.지난달 25일 도깨비불처럼 튀던 산불에 구계리 66가 경북산불이 휩쓴 의성군 점곡면 구암리 야산 [촬영 황수빈] [※ 편집자 주 = 경북 북부 5개 시·군을 초토화한 '경북 산불'은 축구장 6만3천245개, 여의도 156배 면적을 잿더미로 만들었습니다. 불길은 사그라들었지만, 이재민들의 아픔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경북산불 피해 현장을 다시 둘러보고 산불 이재민들의 아픔 등을 다룬 기획기사 3건을 송고합니다.](의성=연합뉴스) 황수빈 기자 = "벌써 마른 흙이 밑으로 쓸려 내려와요. 비 오면 산이 그대로 무너질까 너무 걱정됩니다."경북 의성군 점곡면 윤암리에서 지난 15일 만난 이유근(69)씨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동네 뒷산을 바라봤다.눈길이 향한 인근 야산 곳곳에는 경북산불 흔적이 선명했다.나무 밑동은 새까만 숯처럼 변했고 지면에는 풀 한 포기 보이지 않았다.야산 여기저기에는 바닥에 나뒹굴거나 곧 쓰러질 것 같은 나무도 있었다.산 바로 밑에는 주택 여러 채가 있어 산사태가 나면 큰 피해가 우려됐다. 점곡면 윤암리 산사태취약지역 안내판 [촬영 황수빈] 윤암리 일대는 2015년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지정됐다. 경북산불로 산림 피해가 발생해 산사태 우려가 더 커지면서 주민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이씨는 "마을 주민들이 다 산사태를 걱정한다. 풀이 없고 땅도 바싹 말라 굉장히 위험한 상태다"라고 말했다.이어 "산 밑에 있는 집은 진짜 위험하다"며 손으로 주택 여러 채를 가리켰다. 경북산불이 휩쓴 의성군 점곡면 구암리 야산 [촬영 황수빈] 같은 날 찾은 점곡면 구암리 야산은 거대한 흙더미로 남았다. 산은 꼭대기 일부를 제외하면 푸른빛 하나 없었다.주민들은 3년 전 벌목 뒤 어린 호두나무 등을 심었는데 이번 산불에 전부 탔다고 했다.김모(70)씨는 "산불에 홀랑 다 탔다"며 "나중에 비 오면 자두밭이랑 다 쓸릴까 걱정된다"고 했다.다른 주민 허지영(42)씨도 "그저께 비오니까 밭 주변 고랑에 물이 고이더라"며 "요즘 일할 때 또 무슨 일이 날까 봐 겁이 나서 손이 덜덜 떨린다"고 하소연했다. 잿더미가 된 주택과 산림 [촬영 황수빈] 다음 달이면 지역 특산물인 마늘과 자두 수확을 앞두고 본격